고교 학점제 점검 2부....실제 교육 현장 방문 기사입니다
['과목 전면 선택제' 운영하는 서울 도봉高 가보니]
대학처럼 듣고싶은 과목 선택 "흥미있는 분야 집중해서 좋아"
학생별 맞춤형 수업 가능해져
학생수 많은 학교는 교실 부족.. 교사당 과목수 2배 늘어 부담
수강신청 시스템도 아직 미비
1일오후 서울 도봉구 도봉고 물리 지구과학 실험실에서는 일반 고교에서는 볼수없는
색다른 풍경이 벌어졌다 2학년 물리1 수업이 한창인 교실에는
20석되는 책걸상이 놓였는데 절반 남짓만 찼다
시 수업을 듣는 12명의 학생들은 모두 본인이 원해서 이 과목을 선택했다고 한다
노정민군은(2년) "건축쪽 진로를 생각하고있어서 물리1 ,화학, 생물 등 이과 과목을 많이
듣는다고 " 말했다
일반고인 도봉고는 2010년부터 이처럼 본인이 공부할 과목을 선택하는 '과목 전면(全面) 선택제
교육 과정을 ' 운영하고있다 학교가 짜준 시간표대로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보통 학교와는 완전히 다른 시스템이다
1학년 때는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필수과목을 듣고, 2~3학년 땐 대학생처럼 본인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듣는다. 이 때문에 학생들마다 시간표가 제각각이다.
도봉고의 '과목 전면 선택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 교육 공약 '고교 학점제'와 흡사하다.
이 때문에 대통령 공약을 다듬고 있는 국정기획위원회는 "도봉고는 일반고 교육 역량 강화에
매우 모범적인 학교"라며 "2일 도봉고를 직접 방문해 선택 교육과정제의 장단점, 애로사항을 듣고
고교 학점제 활성화 방안을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높은 수업 참여도
1일 미리 가본 '고교 학점제' 현장은 고등학교라기보다 대학 강의실과 비슷했다.
같은 반 학생들이라도 매 시간 다른 교실로 뿔뿔이 흩어진다.
쉬는 시간이면 각자 교실이 아니라 복도 끝 사물함이 모여있는 '홈베이스'에 가서 책을 꺼낸다.
이런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해 도봉고는 매년 9월 이듬해 학생들이 들을 선택과목 안내 책자와 수강
신청서를 학생들에게 배부한다. 그리고 2주간 담임이 학생·학부모를 상담한다.
황재인 교장은 "진로 희망을 파악한 뒤 어떤 선택과목을 듣는 것이 좋은지, 시간표 짜는 방법 등을
충분히 상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1~2명만 신청한 과목은 개설이 어렵기 때문에
비슷한 과목을 추천하고, 7명 이상 신청하면 대부분 개설한다.
과목 전면 선택제의 가장 큰 장점은
자기가 고른 수업이기 때문에 수업 참여도가 높다는 것이다.
이동민(2년)군은 "싫어하는 수학은 아예 안 듣고, 중국어·문학·음악 등 좋아하는 과목만 듣고 있다"며
"내가 흥미있는 분야에 집중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신혁(2년)군은 "자율적으로 학교 생활을 한다는 느낌이 든다"며 "잠자는 친구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
.
수업당 학생 수가 적어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고, 다양한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 덕에 학생들 간 따돌림, 폭력 등 문제도 크게 줄었다.
◇학교 규모 따라 사정 달라져
하지만 도봉고처럼 학생 선택권을 보장하려면 필수 조건들이 있다.
우선 교실이 많이 필요하다.
송현섭 교감은 "도봉고는 학급당 18~19명, 전체 330명으로 규모가 작기 때문에
다양한 선택과목을 개설해도 교실 사정이 괜찮지만,
학급당 30명만 넘어가도 교실이 많이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봉고의 '홈베이스'처럼 학생들이 편하게 책과 소지품을 꺼내 다른 교실로 갈 수 있는 시설도
필요하다.
교사 업무량이 크게 늘어나는 점도 걸림돌이다.
도봉고에선 과목 전면 선택제를 실시하자 교사당 맡는 과목 수가 두 배로 증가했다.
수업 연구, 시험 출제 등 업무도 두 배가 됐다.
황재인 교장은 "소규모 학교는 한 교사가 맡는 수업 개수를 늘리면 되지만,
학생 수가 많은 학교는 교원 수를 반드시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학처럼 '온라인 수강 신청 시스템'이 없으면
수강 신청과 신청서 수합, 시간표 짜기 등 복잡한 과정을 모두 '수기'로 진행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