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실패도 나름이다. 개인적인 망신에 그치는 것이면 얼마든지 반복돼도 회사 차원에선 별 문제 없다. 실무자들 혹은 하급 사원들의 실수가 대개 이런 부류다.

정해진 마감 시간을 어기거나, 목표수준에 품질을 맞추지 못하는 것, 혹은 엉뚱한 곳에 물건을 잘못 배달하거나 중요한 전화메모를 전하지 않고 퇴근하는 것 등등. 야단을 치는 상사나 욕을 먹는 직원 모두 유쾌할 것 없는 일이지만 이런 실패는 그야말로 병가의 상사다. 이런 실수가 회사를 ‘말아먹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개인으로 보면 나쁜 버릇 정도에 비길만 하다. 초조해지면 손톱을 물어뜯거나, 의자에 앉아 다리를 떨거나 하는 식 말이다. 보기엔 좋지 않지만 그것이 사람 됨됨이를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되지 못한다.

회사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바로 경영자의 실수나 실패다. 잘못된 경영 판단은 회사의 운명을 좌우한다. 시장 수요를 잘못 읽고 감행한 거대 투자는 곧바로 회사를 위기에 빠뜨린다. 반복되는 것은 물론이요 한번만 있어도 안되는 것이다. 이런 실패에 비하면 기회를 놓치는 것은 어쩌면 작은 실수다. 당장 망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경영자가 위험회피적(risk-averse)이면 그 회사는 비약적으로 성장하기는 어려워도 좀체 위기에 빠지지는 않는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스타일이다 보니 간혹 늦게 건너게 되는 수는 있지만, 미끄러져 빠지는 일은 적다. 반면 경영자가 위험감수형(risk-taking)이면 그 회사는 ‘도 아니면 모’ 식이 되기 쉽다. 크게 성공하는 수도 있고, 쫄딱 망하는 수도 있다.

이렇게 단순한 그림을 그려놓고 보자면 경영자의 책무는 명확해진다. 바로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는 큰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직원들이 아무리 못나봐야 그 실수의 파급효과는 작다. 경영자는 그래서 다른 무엇 보다도 자신이 회사의 흥망과 직원들의 행,불행을 좌우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화살을 쏘려면 항상 자신을 먼저 겨냥해야 한다. 권한도 책임도 경영자의 것이다.

당신이 직장인으로 사는 한 당신 앞에는 크게 보아 두 가지 길이 있다. 승진을 거듭 해 경영자가 되거나, 도태해 직장밖으로 밀려 나가는 것이다. 요즘에야 경영 책임을 면제 받은 채 자신의 분야만 파는 전문가적 직책도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주류가 아니다.

경영자가 되는 것과 도태되는 것만이 앞에 놓여진 선택이라면 우리가 무엇을 선택해야 할 지는 자명하다. 모든 직장인은 그러니까 경영자가 되기 위해 지금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시간적인 경과를 제외하고 말하면 이렇게 단순화할 수 있다. 모든 직장인은 경영자다.

당신이 아직 초금 매니저인 과장이 되기 전이라도 이제부터 경영자의 태도를 갖고 일해야만 하는 이유다. 당신의 업적 아니면 실수가 아직 회사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때부터 연습해야 정말로 경영자가 됐을 때 제대로 결단을 내릴 수 있다. 왜 연습을 해야 하는가? 안타깝게도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채 경영자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자, 대기업에서 경영진이 되는 경로를 한번 보자. 우리 실정에서 ‘차분하게’ 경영수업을 쌓을 수 있는가? 오너 자식이 아니라면 때에 맞춰 재교육을 받고, 핵심 부서를 두루 돌아 회사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여유를 갖기가 어렵다. 정말 ‘재주있는’ 사람의 경우는 사정이 더 열악하다. 부서장들이 놓아주지 않기 때문에 재교육의 기회가 없었던 것은 물론 여러 부서의 경험을 쌓기도 어려웠다. 그러니 20년여년 정신없이 일하다 어느새 임원이 돼버리는 것이다. 회사 전체를 꿰뚫어보는 시야을 갖추지 못한 채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위치에 오르는 셈이다.

그래도 사내 피라미드가 높고 넓은 것이었을 때는 문제가 덜했다. 이사대우 → 이사 → 상무 → 전무 → 부사장 → 사장 하는 식으로 임원진에 ‘인플레’가 있어 초급임원들의 부담이 적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직제 개편에 따라 초급임원이 ‘상무보’로 불리고, 곧바로 관계사의 대표를 맡는 경우가 많아졌다. 과장해 말하면 부서장에서 경영진으로 ‘갑자기’ 바뀌게 된다는 얘기다.

그래도 부서장으로서 관리자 경험을 쌓다가 경영진이 되는 경우는 ‘양반’이다. 요즘은 갑자기 경영진이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벤처 창업의 경우, 직장 경험도 제대로 쌓지 못한 이들이 어느날 경영자가 된다. 지금 회사에선 과장이지만, 당신도 당장 내일부터 작은 벤처업체의 부사장으로 일할지 모른다.

요컨데, 경영에 대한 관심은 이제 겨우 ‘말단’인 직장인도 갖지 않을 수 없는 필요불가결한 것이 됐다. 경영에 대한 얘기는 나중이 아니라 지금의 일이요, 남의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얘기며 지금부터 아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하는 사안이 되는 것이다.

좀 더 무협지적으로, 처세론적으로 얘기하자면 당신은 지금부터 ‘집권 계획’을 세우고 가다듬어야 옳다. 그렇지 않으면 갑자기 당신이 경영진이 됐을 때, 처음부터 시행착오를 반복해가며 일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회사의 운명도 같이 요동을 칠 가능성이 높다.

회사의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이런 연습을 해보자. “나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를 스스로 묻고 나름의 대안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생각 해보는 것에 그치지 말고 문서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바람직하게는 남들과 토론을 해보는 것이 좋겠지만 관련 부서가 아니면, 그럴만한 직급이 아니면 주제넘은 짓이 되고 가욋일이 되기 쉽다. 임원이라고 당신이 전혀 모르는 고급 정보를 갖고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여러 부서의 민원들을 고려하다 보면 선택폭은 훨씬 좁아진다. 그것도 마감시간에 쫓기면서 말이다. 지금 당신이 가상으로 대안을 만들 수 없다면 당신은 임원이 됐을 때도 만들 수 없다고 봐야 한다. 그 연습에서 당신의 ‘경영자 되기’ 혹은 ‘CEO되기’계획은 가닥을 잡을 수 있다.

의외로 많은 경영자들이 준비하지 못한채 경영진이 된다. 정보는 많아지지만 무엇이 진짜 정보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홍수 속에서, 강한 적들과 경쟁하면서, 변덕스러운 고객을 상대하면서 그리고 마감에 쫓기면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많은 경영자들이 반성없이 유행을 좇게되는 건 이 때문이다.

새로운 경영자가 나타날 때 마다 고객만족 경영, 지식 경영, 품질 중시, 조직개편이 새삼 강조된다. 최소한 그렇게 하면 뒤처지지 않고 실패는 않을 것이란 막연한 신념의 소산이다. 다시 원론으로 돌아간다는 얘기다. 왜? 연습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남들이 이제껏 시행착오를 겪어 그나마 쓸모 있다고 인정한 것들을 답습하게 돼있다는 얘기다. 그리면서도 직전 경영자와의는 차별해야 하니 그 강도만 높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거기에 함정들이 숨어있다.

728x9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