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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1.

지금으로부터 약 4~5년 전쯤, 대한민국의 밤거리는 온통 조개가 타는 거리였다. 웬만한 골목에는 한 집 건너 조개구이집이 문전성시를 이루었고, 필자도 자주 먹었었다. 그 당시에 사업을 꿈 꾸던 많은 분들은 너도나도 조개구이집을 차렸고, 당분간의 호황은 누렸으니 그렇게도 많이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그렇게도 많던 가게들이 사라졌다. 재작년에는 온 전국이 찜닭 열풍이었고, 우리나라는 먹거리에도 확실한 유행이 있는 것 같다.

소리 소문 없이 어느 날 불현듯이 사라져 간 조개구이집 들을 보면서 갑자기 필자는 궁금증이 생기게 되었다. 그 많던 조개를 먹었는데 그 돈은 누가 다 벌었을까? 조개구이집 사장님들 보다 갯벌에서 조개 잡던 분들, 조개구이를 굽기 위한 드럼통 만드시던 분들, 소주를 만들던 분들, 번개탄 만드시던 분들이 실제 돈을 버신 것은 아닐까?

단상 2.

외환위기가 극복되는 시점에 대한민국에는 갑자기 벤처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멀쩡히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너도나도 벤처회사에 입사하는 것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져갔다. 개미 투자자들도 그 회사가 무엇을 해서 얼마나 수익성이 나는지에는 관심이 없었고 그저 ‘벤처’라는 이름만 나오면 묻지마 투자를 감행했었다.

물론 초기에 옮기고, 초기에 투자한 사람들 중 일부는 재미를 봤었지만 대다수의 남을 따른 사람들의 고통은 혹독했다. 그저 옆의 동료가, 학교동창이, 선배가 좋다고 그러니까 ‘나’의 판단 없이 벤처라니까 무턱대고 따라간 우리가 아니었을까?

단상 3.

최근 언론을 접해보면 영어 못 하는 사람은 사람도 아닌듯한 느낌을 받는다. 영어열풍이 잘 못 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아직 우리말도 못 하는 아이들을 의사와는 상관없이 영어학원에 몇 시간씩 보내놓고 그 학습의 내용 및 효과에 만족을 하는 것 보다 그저 학원에 보냈다는 사실 하나에만 만족들 하고있는 부모들이 많다.

직장인들도 그저 영어학원에 다닌다는 사실 하나에 만족 해 가고있다. 영어가 왜, 얼마나 세상 살아가는데 필요하고 중요하고 어떻게 공부를 해 나아가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인지작업이 먼저 필요한 것은 아닐까?

가만히 보면 이런 사례는 주위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뭐가 유행이고 된다더라 하면 우리는 철저한 분석과 준비 없이 쉽게 결정하고 행동에 옮긴다. 때로는 무모하고 용감할 정도로 행동이 우선인 경우가 많다.

한국사회의 문제점 중 하나가 바로 획일성이 아닌가 싶다. 이는 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중학교를 졸업하면 고등학교를 가야 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왜 대학을 가는지에 대한 본인의 인지 없이 그냥 가야만 하는 줄 알고 갔다. 대학만가면 세상이 다 내 것 같았었는데, 대학을 졸업할 때쯤의 나의 초라함을 알고 또 한번 낙담해야 했다. 취직만하면 될 것 같았는데, 그래서 취직을 했는데 살아남기가 보통이 아니다. 반드시 고등학교를 가야, 대학을 가야만 성공이 보장된다고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살아보니 진리도 아니었는데.....

얼마 전 일 관계로 알게 된 모 유명 대기업의 임원의 이야기가 떠 오른다. 좋은 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한국에서 가장 크다는 대기업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사하고 승승장구, 혼자의 힘으로 30대의 나이에 임원의 반열에 오른 분이니 분명 우리사회에서 성공한 분 일께다. 그 분도 어느덧 회사를 떠나게 되었고, 필자와의 만남도 그 때쯤 이루어졌다.

여러 이유로 성공적인 전직은 못 하셨고, 많은 고민과 준비 끝에 지금은 서울시내 모처에서 식당으로 성공을 거두고 계신다. 한국처럼 남의 눈에 의해서 인생을 결정하는 나라에서 그리 쉽지 않은 선택이었으리라.

필자가 지금 회사의 사장으로 오고 다시 만났을 때, 우리는 거의 밤새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상무님, 아니 사장님, 축하 드립니다. 드디어 자리 잡으셨군요.”"말 마세요, 처음엔 어찌나 적응이 안 되던지. 처음에 식당을 열기 전에 남의 식당에 위장취업? 해서 6개월을 옆에서 보고 들으면서 공부를 했죠.” 그런 저런 이야기 속에 소주잔이 돌아가고 우린 상당히 취했었다.

술자리가 끝나고 우린 서로의 택시를 잡아주며 길에서 시간을 보냈었는데, 헤어질 때쯤 그 분이 나에게 이야기했던 그 한 마디가 지금도 기억에 선하다. “막상 회사를 떠나보니 어느날 갑자기 김 상무님에서 미스터 김으로 나의 호칭이 바뀌어 있더군요. 그게 가장 힘 들었어요.”

바로 그렇다. 지금 우리의 자리, 우리의 위치가 물론 중요하지만, 이것은 영원한 것이 아니며 언젠간 이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내 주어야 할 것이다. 호칭이 바뀌고 다른 사람의 시선이 변해도 우리 슬퍼하지 말자. 우리도 다른 사람의 자리를 차지한 그런 적이 있지 않은가?

우리가 인생을 사는데 정확한 목적과 비전과 희망만 있다면 지금의 고생쯤이야 먼 훗날에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추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인생에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들 한다. 언젠가 기회라고 생각되는 것들이 찾아오면 딱 한번이라도 ‘남’의 눈, ‘남’의 잣대로 보고 판단하지 말고 ‘나’의 눈, ‘나’의 잣대로 보고 판단해 보자.
결정을 하려 한다면 ‘내’가 직접 알아보고 ‘내’가 직접 느껴보고 결정하자. ‘나’의 인생을 결정하는 일인데 ‘남’의 몇 마디 말만을 듣고 선택해 버리는 경솔함을 조심하자.

주변환경의 변화야 ‘내’가 움직일 수 없겠지만, 그것들을 제외한 모든 것들은 ‘나’의 인생이고 ‘나’의 선택 아닌가.


(출처) 한경닷컴 커뮤니티 / 반명원 HR Partners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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