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은 복잡한 일이다.우선,누가 나의 경쟁 상대인지를 제대로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작은 플라스틱업체의 경쟁상대는 누굴까.같은 공단내 제일 큰 공장인가 LG화학 같은 대기업인가.아니면 듀퐁,아모코 같은 다국적 기업일까.
경쟁자를 찾아낸다고 해도 상대방의 전략을 알아내기는 더 힘들다.실력이 어떤지도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그런 걸 다 파악했다고 해도 대책이 금방 나올 수 있는 것도 아니다.대책이 세워졌을 땐 경쟁상대는 저만치 앞서가 있거나 아니면 전혀 새로운 강자가 나타나 있는 경우가 많다.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얘기다.경쟁은 이렇게 복잡하기 때문에 목표 자체가 혼선을 빚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그런데도 우리는 경쟁력이란 말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새로운 당위나 가치,덕목 처럼 사용한다.특히 다른 회사나 남을 평가할 때 자주 쓴다.필자의 소견으론 경쟁력은 책임전가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대표적인‘헛소리’인 것 같다.구체적인 실천요령을 떠올리기 힘든 모호한 구호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경쟁력이란 개념을 제대로 한번 따져보자.과연 이건 추구할 만한 가치인가.경쟁력이란 단어 자체는 몰가치한 개념이다.다시 말해 그 말만 가지고는 ‘좋다’ ‘나쁘다’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예를 들어 보자.축구선수의 경쟁력은 골을 많이 넣고 이기는 것이다.의사의 경우는 환자를 잘 치료해 낫게 하면 경쟁력이 높아진다.그러면 반칙과 심판매수로 경기에서 이기면 어찌되는가.빨리 낫게 하려고 마약 성분이 든 치료약을 사용하는 의사가 있다면 그건 또 어떤가.
남들과의 다툼에서 이긴다는 뜻으로 보면 부정한 방법도 잘 한 것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다.경쟁력의 측면에서는 이기는 것만이 가치있고 앞서가는 것만이 우월한 것이기 때문이다.‘경쟁력’을 목표에 두면 이런 부도덕하고 수단우위의 처세를 강조하는 폐단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여러가지 다른 목표로 움직여야할 집단을 ‘경쟁력’이란 단어 하나로만 내몰아선 아무런 성과도 거둘 수 없다.각자의 경쟁양식이 다르기 때문이다.“사원 각자가 최고의 경쟁력을 갖도록 노력해달라”는 사장의 신년사는 듣기에는 참 그럴듯한 말이다.그러나 사원들이 사장의 이 방침을 제대로 따라주기가 어렵다.
이렇게 보자.영업부는 많이 파는게 경쟁력이다.생산파트는 좋은 물건을 많이 만드는게,관리부문에선 한푼의 낭비도 없애는게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이 세가지 과제가 ‘경쟁력’이란 목표 아래서 동시에 달성될 수 있는가.어렵다.
생산부에서 무조건 많이 찍어내면 재고비용이 늘어나 관리부문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영업부가 많이 판다는 목표로 덤핑계약을 남발하면 이익구조가 나빠진다.관리파트가 한 푼도 안쓰겠다고 금고문을 잠그면 시설확장은 어려워진다.경쟁력이 지상목표가 되면 이런 일이 구조적으로 일어나게 돼있다.경쟁력이란 구호가 사내에 새로운 갈등을 촉발하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 차원의 목표가 분명하면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업계 최고의 수익’이 목표라고 하자.영업부는 절대 덤핑계약을 하지 않을 것이며 생산파트는 적정생산에 최선을 다하고 관리부문은 비용과 이익을 계산하며 적절한 예산분배를 하면 된다.그러니까 사장의 방침은 이렇게 바뀌어야 옳다.“사원 각자가 업계 최고 수익률 이라는 회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고의 경쟁력을 갖도록 노력해달라”.그렇다.경쟁력이란 말은 이렇게 구체적인 다른 단어로 바뀌지 않으면 안되는‘임시 단어’에 불과하고,사실상 필요없는 군더더기일 뿐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의미없는‘경쟁력’이란 잣대로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무조건 많이 팔려고 회사 전체를 고려않는 영업사원과 회사 전반의 수익성을 생각해 다른 부서와 협조하면서 적정한 양을 파는 사람 중 누가 경쟁력이 높다고 할 것인가.복잡한 문제다.회사 입장에선 평가시스템을 만들기가 어렵고 사원입장에선 어떻게 하는게 잘 하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서질 않는다.
개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경쟁력을 높이겠다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의외로 성과가 적다는 이들이 많다.필자는 그래서 이 목표를 수정할 것을 제안한다.경쟁력이란 목표를 버리고‘생존력’에 집중하자.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기르는데 초점을 맞추자는 것이다.
경쟁력이나 생존력이나 마찬가지 같지만 실천의 방향은 정반대다.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아는데 집중해야 한다.살아남는 힘을 기르기 위해선 나를 제대로 아는데 시간을 더 써야 한다.경쟁력은 끊임없는 목표의 수정을 요구한다.해야할 일이 갈 수록 늘어난다.생존력은 단일한 목표,즉 나를 채우는 것 하나다.잠재능력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춘만큼 노력하면 할 수록 목표에 가까이 갈 수 있다.
쉬운 예를 들자.당신은 정보통신에 관한한 20대 전공자들과 경쟁할 수 없다.어느 정도 따라갈 수는 있어도 이기긴 어렵다.당신의 경쟁력은 항상 열위에 놓일 수 밖에 없다.어학에 관해서는 유학파들과 붙는다면 승산이 적다.경쟁력은 항상 당신을 1등하라고 내몬다.토익을 공부한다고 하면 만점이 목표가 돼야 한다.외부에 비교대상을 두면 논리상 항상 최고를 이기는게 목표가 될 수 밖에 없다.그러니 모든 분야에서 지게 돼있다.목표는 달성되지 않는다.달성하지 못할 목표는 세우지 않는게 낫다.새로운 도전을 고취하는 성취감을 맛볼 수 없어서다.
생존력으로 이 문제를 풀어보자.정보통신에 관해서 당신이 몰라서는 안될 수준을 찾는게 우선 과제다.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그 수준을 알면 그것을 채우는 게 당신의 목표다.단순해지는 것이다.업종에 따라‘e커머스’ 같은 특수과정을 다녀야 하는 경우도 생기겠지만 대부분 몇달간 노력이면 해결될 수 있다.1등이 아니라 살아남을 수 있는 수준이면 되기 때문이다.
어학은 어떤가.왜 당신이 토익 만점을 받아야 하는가.왜 CNN을 술술 들을 수 있어야 하고 교포수준의 발음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는가.살아남는데 정말 그 정도가 필요할까.생존을 위한 어학수준은 천차만별이다.평생가야 영어서류 만질 일 없고 외국인 만날 일 없고 배낭여행 않을 사람에게 필요한 건 회사 승진시험에서 통과할 수준이면 된다.아니면 인터넷을 뒤질 때 사전만 있으면 읽을 수 있을 정도만 돼면 그것으로 족하다.목표는 크게 하향 조정될 수 있다.의욕이 솟고 성취감이 높아지고 자신감이 생기는 건 부수입이다.
경쟁력있는 회사원이란 목표 보다는 생존력 높은 직장인이란 비전을 갖는게 자기 개발에 훨씬 효과적인 사고다.1등은 아니지만 뭐든지 조금은 할 줄 아는 사람, 허허실실 겉으론 빈 것 같지만 꼬집어 못하는 것이 없는 직장인 이 오래 살아남고 회사를 나가게 되더라도 굶지 않는다.생존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남과의 경쟁이라는 모호한 목표에 사로잡히기 보다는 자신에게 집중하자.나는 내 능력을 제대로 쓰고 있는가.내게 꼭 필요한데 지금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경쟁력의 비결은 남에게서 찾아야 하지만 생존력의 비결은 바로 당신 속에 있다.경쟁력은 지금의 회사,지금의 자리를 떠나면 또 달라져야 한다.생존력은 세상 어디서나 통한다.경쟁력은 짧고 생존력은 길다.
'삶의 흔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공을 하려면 80대 20의 법칙을 생각하자 (0) | 2012.10.12 |
---|---|
지금 당장 실행에 옮기세요 (0) | 2012.10.11 |
김승철 원장님 회원 인증되셨습니다 (0) | 2012.10.09 |
당신에게도 가족사적 사명이 있다 (0) | 2012.10.08 |
인생의 최악의 시나리오도 생각하자 (0) | 2012.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