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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곳에 강의를 다니면서 가장 곤혹스러운 일 중의 하나는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사람들 앞에서 떠드는 일이다. 니즈가 없는 사람들인 만큼 태도 또한 불량하다. 배움에 대한 갈증없이 그저 회사에서 가라고 하니까 앉아 있을 뿐이다. 앞에서 얘기하는 나도 힘들고, 앉아있는 그 사람들도 지루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마치 배부른 사람들에 게 억지로 밥을 먹이는 것 같다. 그런 강의는 정말 힘들고 에너지 소비가 많다. 하지만 자기 돈을 내고 무언가 간절히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 앞에서 얘기하는 것은 정말 신이 난다.

얼마 전에 책(나를 위한 룰을 만들어라)을 낸 기념으로 독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약간의 돈을 받고 책을 나눠주고 강연을 하는 식이었다. 그동안 글이나 기타 매체를 통해 나를 아는 분들이고 기본적으로 무언가 배우려는 의지가 강한 사람들이다. 나이 차이도 많고, 직업도 다양하고, 니즈도 달랐지만 모두 배움에 대한 갈증이 크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업무를 끝내고 늦은 시간에 열린 강연이었지만 정말 분위기가 달랐다. 롱초롱한 눈으로, 무언가를 갈구하는 그들에게는 어떤 얘기건 그대로 흡수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소한 것에도 감동하고, 별거 아닌 얘기에도 그들은 환호했다. 얘기 하는 나도 신명이 나서 더욱 열심히 얘기를 했다. 끝난후, 사람들은 인기가수의 공연을 본 것 같다면서 멋진 강의였다고 얘기했는데 나로서는 예전 강의에 비해 특별한 것은 없었다. 다만 필요를 절감한 준비된 사람들이 그런 분위기를 연출했을 뿐이란 생각이다.

학창시절이 끝나면 사람은 두 종류로 나누어진다. 배우기를 계속하는 사람과 배우기를 중단한 사람이다.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거나 나이 든 사람들 중에는 배우기를 중단한 사람이 많다. 그들에게 "배움이란 것은 학생시절에나 하는 것" 인만큼 "학위를 따는 순간, 일정 위치에 올라서는 순간 필요가 없는 행위"인 것이다.

배움이란 지겹고 끔찍한 것이었지만 무언가를 얻기 위해 할 수 없이 하는 일로 생각했던 만큼 사장, 전무, 판사, 변호사, 박사, 회계사 등 목적을 달성한 후에는 하등 필요가 없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배움의 양극화 현상이 커진다. 배움의 필요성과 즐거움을 깨달아 끊임없이 배우려는 사 람과 전혀 배우려고 하지 않는 사람 사이에 간격이 점점 더 벌어지는 것이다.

일류학교를 나온 소위 가방 끈이 긴 사람 중에는 배움을 중단한 사람이 많다. 그만큼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정도 공부하면 된 것 아니냐, 세상에 나를 가르칠 사람이 누가 있고 더 배울게 뭐가 있냐는 생각이 바닥에 깔려있는 것이다. 그런만큼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에 대해 마음 문을 닫고 있다. 교수, 언론인, 의사, 정치인, 컨설턴트 같은 고급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그런 경향이 강하다.

아는게 많은 만큼 그들은 강의에 참석해도 순수하게 무언가를 배우려고 하 기보다는 평가부터 하려드는 것이다. "그래, 너 한 번 해봐, 내가 잘하는지 봐 줄께" 하는 식의 표정으로 앉아 있다. 그러니 새로운 지식이 들어오기 어렵다. 그보다는 논리적인 허점, 말실수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것이다.

"배우기를 멈춘 사람은 스무살이든 여든 살이든 늙은이다. 계속 배우는 사람은 언제나 젊다. 인생에서 가장 멋진 일은 마음을 계속 젊게 유지하는 것이다." 헨리 포드의 말이다.

"배움이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고, 삶이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증명하는것 이고, 가르침이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일깨우는 것이 다." 리차드 바크의 말이다.

배움의 중요성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요즘 같이 지식의 반감기가 줄어드는 시기에 배움을 중단한다는 것은 삶을 포기하는것 만큼이나 위험한 일이다. 배움은 학교나 강의만을 통 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언제든지, 어디에서든지, 누구에게서든지 배울 수 있고 배우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특히 고난을 통해, 위기를 통해 배우는 것은 더욱 가치가 있다. 배움의 시작은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무 언가 배우려는 겸손한 자세에서 출발한다. 필요성을 절감할때 스승은 나타나고, 스승이란 결코 찾아가서 가르치는 법이 없다(師無往敎之義)는 속담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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