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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위의 모든 생물들이 땅에서 나서 땅으로 돌아가듯이 인간도 땅으로 돌아간다. 땅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은 죽어서 산으로 간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산은 인간의 마지막 안식처인 셈이다. 어차피 가야 할 산이라면, 나는 내 인생에 후세 사람들이 오를 커다란 산 하나를 만들어놓고 싶다. 그것이 내가 산에 가는 이유이고 살아 있는 이유일 것이다."

엄홍길, <800미터의 희망과 고독(이레)>의 한 대목이다. 누구나 한번 나서 살다가 간다. 살아 생전에 부귀영화를 누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하듯이 어렵게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 마지막에는 사라지고 만다. 이따금 우리는 자신에게 '왜, 사느냐?'고 물어볼 필요가 있다. '내가 이토록 열심히 사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어느 날 문득 받는다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답할 수 있는가?

1985년부터 16년 동안 히말라야 8000미터 14좌를 오른 산악인 엄홍길의 삶은 그의 이야기가 아니라, 여러분에게 '왜, 사느냐'를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그는 어차피 한번 살다갈 인생이라면, 후인들에게 큰 산을 남겨주는 생을 살고 싶다고 한다.

처음부터 그가 마음 속에 큰 산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의 열기가 한참이던 어느 날, 그는 에베레스트 산의 정상에 서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는 에베레스트 등정 이후 에도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막연하게 8000미터 산들을 가능한 많이 올라야 하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러나 이후 그는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게 된다. 1989년부터 1993년까지 그는 희말라야 8000미터급 봉우리에 6번 도전했다가 6번 모두 정상을 밟지 못한다. 내가 그의 삶에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승승장구하는 삶이었다면 그의 책도 나오지 못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시련의 나날을 이겨내는데 성공한다. 당시의 심경을 이렇게 전한다.

"1990년 여름의 낭가파르바트 루팔벽과 세 번째 다시 찾았던 에베레스트 남서벽에서도 나는 8000미터를 넘어서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대자연의 위력 앞에서 내 욕망을 지탱하는 힘들은 아무런 빛을 발휘할 수 없었다. ... 실패가 거듭되자 한 때는 모든 것을 포기하즌 심정으로 나를 낳아준 모산인 도봉산에 올라 한밤중에 미친 듯이 소리 지르며 울어대기도 했다."

사업이든, 학문이든, 등산이든 무엇을 하든지 간에 담금질 하는 시기가 있게 마련이다. 시련이 닥칠 때면 이 시기는 더 큰 일을 맡기기 위해 담금질을 하는 시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사람이란 이성적으로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온 몸으로 그런 진실을 기꺼이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가 힘들다. 그래서 조금만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포기해 버린다.

사업에도 기복이 있게 마련이다. 시련이 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포기하고 떠난다. 그리고 아주 소수만이 좋아질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다. 승리의 월계관은 결국 그런 소수에게 주어진다.

"산다는 게 모험이라면, 내게 있어서 도저과 모험은 오직 8000미터를 오르는 것이었다. 모험을 감행하지 않는 나는 살아 있는 게 아니었다." 당신은 살아가면서 무엇인가에 이렇게 걸 수 있는 것을 갖고 있는가? 그리고 그렇게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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