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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인텔을 만들어 내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인물은 앤드류 그로브다. 그는 헝거리의 공산 치하를 피해서 미국에서 '어메리칸 드림'을 만들어 낸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삶은 밑바닥부터 하나 하나 쌓아 올렸기 때문에 치열함이 듬뿍 배어 있다. 몇해 전에 나온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가 기업 경영에 관한 이야기라면, 이번에 펴낸 앤드류 그로브, <앤드류 그로브의 위대한 수업>은 유년기, 유태인의 설움, 헝가리 공산치하, 헝가리 탈출 등으로 이루어진 그의 삶을 기록한 책이다.

때는 1946년 봄이다. 그러니까 그의 나이 11살 때이다. 앤드류의 아버지는 그의 아들이 영어를 배우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에게 과외를 시킬 만큼 여유가 있지 못하였다. 왜냐하면 공산당이 진주하면서 앤드류 아버지의 공장은 국유화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런 환경 속에서도 앤드류의 영어 과외비를 대기 위해 어머니는 금목걸이를 팔아 수업료를 내게 된다.

아이를 앉혀 놓고 아버지는 헝가리 속담을 인용하여 "할줄 아는 언어가 많을수록 그 사람의 가치는 놓아진다"는 말로 영어를 배워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나서 아이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아버지는 크게 후회되는 것 중 하나가 어렸을 때 외국어를 배우지 않은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어른이 된 후 다른 나라 말을 배운다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믿고 계셨다. 아버지는 전쟁 중에 독일어와 러시아어를 배워보려고 했으마 성공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특히 영어를 배우라고 하셨다. 영국 사람과 미국 사람 모두 영어를 쓰기 때문에, 앞으로는 영어가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언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셨던 것이다."

아이들에게 어떤 언어를 가르칠 것인가는 결국 부모가 결정하게 된다. 부모가 가진 안목과 통찰력에 따라서 아이의 미래가 결정되는 셈이다. 아무래도 사업을 하였던 앤드류의 아버지는 세상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를 알고 있었던 셈이다.

훗날 앤드류가 헝가리 대학에 입학해서 학교를 다닐 때도 마찬가지다. 공산 치하를 탈출하다가 붙잡히면 목숨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피일 차일 앤드류는 국외로의 탈출을 머뭇거리게 된다. 그러나 그 때에도 앤드류의 아버지는 결코 사사로운 정에 좌우되지 않는다. 부모님은 자식을 떠나 보내는 감정을 넘어서 단호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해야 해. 그보다 더 나은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지 모른다."

인생에서 만일이란 어쩌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처럼 선택에 따라서 인생이 확연히 달라지는 글들을 읽다보면 한 인간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힘을 갖고, 때론 특정 시점에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용기와 지혜가 얼마나 귀한 것인가를 다시 새기게 된다.

고생 끝에 오스트리아에 도착하지만 여전히 미국행은 불확실하기만 하다. 미국영사관에서 한번 퇴짜를 맞게 된다. 그 때 그를 살린 것은 10여년 전에 아버지가 투자해 주신 영어의 힘이었다. 담당자 앞에서 미국을 꼭 가고 싶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수한 화학자가 되고 싶다는 의사를 영어로 밝히게 된다. 그의 영어가 결국 앤드류를 구원하게 된다.


(출처) Biztimes / 공병호 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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