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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L이란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그 친구는 대학을 졸업한 이후까지도 막연하게 지내던 사이였고 대학 동기들 가운데서 세속적인 의미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친구다.

내가 그의 성공에 크게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국내에서 대학을 졸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월스트리트라는 치열한 경쟁의 장에서 살아남았고, 이후에도 그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으로 이제까지 업계의 정상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말을 빌면 '내가 지금은 가장 고령자 가운데 한 명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경쟁도 치열하고 이에 따라 인재의 라이프 사이클도 짧은 곳이다.

인상적인 부분은 격렬한 경쟁 속에서도 예리한 판단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아침에 아주 규칙적으로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 운동으로 자신을 다듬어 온 점이다. 오랜 만에 친구와 나는 다양한 대화를 나누었다. L이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얼마 전에 동기들 명부를 보고 어떻게들 지내나 하고 살펴보았더니 말이다. 처음 직장에 발을 내딛디 직업을 현재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 130여명의 동기들 가운데 불과 10여명에 불과하더구나. 정말 40대 중반의 나이인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부침이 심한가를 나타내는 하나의 지표하고 보면 될 것이다."

필자가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잡을 때만 하더라도 금융권이 가장 선호하던 곳이었다. 게다가 단자업이나 증권업은 가장 괜찮은 직장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단자업은 업종 자체가 소멸되어 버렸도 은행은 아시다시피 이미 거대한 구조조정의 실험을 거쳤고 치열한 경쟁의 장에 노출되어 있는 실정이다.

가장 인기 있는 증권업은 그다지 인기 있는 직종은 아닌데, 앞으로 거대한 구조조정의 물살에 휩쓸려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업수가 반수 이상이 흡수나 합병의 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도 많다.

톰 피터스의 이야기처럼 우리들의 직업 가운데 90% 이상이 향후 10년이나 15년 사이에 확 없어져 버리거나 크게 변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 결코 어렵지 않음을 예상할 수 있다.

나는 친구에게 이런 "어떻게 그 시장에서 살아남았느냐, 살아남는 정도가 아니라 업계에 정상에 설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느냐?"라는 질문을 던졌다.

L씨는 성과를 측정 받는 시장에서 프로패셔널로 최고의 대우를 받을 정도로 자리를 굳히게 된 점은 업종을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큰 의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L의 답변의 첫 말은 '선행투자'다. 그는 약 10여년 동안 갖은 고생을 하면서 최고의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 남들이 마다하는 굳은 일들까지 온갖 경험을 다 쌓을 수 있었던 점을 들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 갔다. 미국에서 MBA를 마친 다음 P라는 제조업을 들어가서 경험을 쌓았다. 그는 그 자리에 머물지 않고 계속 노력해서 월스트리트의 한 증권사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유동적인 사회의 특징은 한 자리에 머물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의 역량을 입증해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미국의 가장 치열한 산업에서 그의 경력을 착실히 쌓아나갔다. 자신의 역량이 부족함을 느끼고 회사를 다니면서 뉴욕 시내에 있는 명문MBA를 다시 밟을 정도로 거의 필사적으로 자신의 젊은 날을 보냈다. 그는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세상에 스마트한 사람은 많다. 특히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거의 스마트하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그들이 모두 성공할 수 없는 것은 행운이란 면이 있을 것이다. 행운이야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없지 않나. 그런데 한 가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전부를 걸고 몇 년을 보낼 수 있는가라는 점이다. 똑똑한 동료들이 가진 치명적인 약점은 지나치게 계산적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이것을 하면 이런 이익이 있고, 저것을 하면 저런 손해가 있다는 것을 지나치게 계산한 나머지 먼 미래를 보지 못하는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그는 뚜렷한 차별화는 선행투자에 두었다. 자신을 위해서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시간을 가졌고, 이를 위해서 단기적인 이익에 그다지 연연해 하지 않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그가 강조하는 것은 적절한 위험을 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위험(risk)를 국면 국면마다 안아야 한다. 그런데 그 리스크는 철저하게 계산된 리스크여야 한다. 계산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겠지만 지나치게 소심하게 리스크를 멀리 하다 보면 성장이나 발전이란 없다. 지나치게 탄탄한 길을 고집하는 사람에겐 안정이란 주어질지 모르지만 성장이란 없다."

선행투자와 적절한 리스크를 안는 자세를 가지고 그는 치열한 경쟁의 장에서 최고의 명품으로 자신을 만드는데 성공하였다.

동기들 가운데 L보다 뛰어난 역량을 가졌던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유독 L은 자신이 가진 역량을 최고로 발휘하였고 이를 통해서 당당하게 입신(立身)할 수 있었다. 그의 성취가 더욱 가치있는 것은 별다른 어학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완벽한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활동하는 시장에서 이루어낸 성취라는 점이다. 내가 기억하는 L은 우직하리만큼 스스로 선택한 자신의 분야에 집중하는 그런 스타일의 학생이었다. 그의 특성이 성공에도 큰 역할을 하였음에 틀림이 없다.


(출처) Success Partner / 공병호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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