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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들 많으실 겁니다. 그런데 영어 유치원 대부분 실제론 어학원인데, 이렇게 유치원이나 학교를 뜻하는 영어를 써서 마치 유치원인 것처럼 영업하고 있습니다.

1년에 1천만 원 넘는 학비로 사교육의 온상이 되고 있는 변칙 영어 어학원 실태를 노유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영어학원입니다.

학원 간판에는 '스쿨'이라고 크게 써 있지만, 정작 '어학원' 표시는 보일 듯 말 듯 합니다.

학원 이름에 '학교'나 '유치원'을 쓰는 건 지난 2012년 법으로 금지됐습니다.

교육청은 학교와 유치원의 영어표기인 스쿨과 킨더가든의 사용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법 시행 이전에 설립된 학원들은 간판을 바꾸지 않고 버티는 겁니다.

교육청은 아예 손을 놓고 있습니다.

[교육청 관계자 : 신규로 들어올 때는 (스쿨 등 명칭) 못 쓰게 유도하지만, 기존에 있는 학원들 이런 경우에는 그거 이름을 바꾸라든가 그렇게까지는 안 하고 있어요.]

교습과목도 불법투성이입니다.

말만 영어학원이지, 교습과목으로 등록하지 않은 체육수업까지 하고 있습니다.

[학원 관계자 : 일주일에 한 번 정도씩 외부 체육 업체에서 오셔가지고 간단하게 체육 활동 같은 거 원에서 이렇게 진행하고요.]

이런 변칙 어학원들은 서울에만 220곳이 넘습니다.

대학 학비보다 더 많은 교습료를 받는 곳도 많습니다.

[학원 관계자 : 95만 원. 이거는 6세 아이들 (비용)이에요. 그런데 7세는 99만 원이요.]

조사결과 이런 영어학원의 평균 수업료는 89만 원이었고, 비싼 곳은 200만 원에 육박했습니다.

[학부모 : 여력이 되시는 분들은 고민을 안 하시고 영어 유치원 보내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좀 무리를 해서라도….]

당국의 무관심 속에 기형적인 영어 유치원이 판치는 사이, 내실 있는 유치원은 점점 설 땅을 잃고 있습니다.

<앵커>

노유진 기자, 그러니까 그 '영어 유치원'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거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일단 아이들을 유치원을 보낼 때쯤에는 엄마들이 '일유', 일반 유치원 그리고 '영유', 이른바 영어 유치원을 놓고 고민하게 됩니다.

이렇게 계속 비교를 하다 보면 마치 영어 유치원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요, 심지어는 표준 교육 내용을 지키는 정식 교육기관으로 오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말이 영어 유치원이지 실상은 영어 학원에 불과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여기서는 도대체 어떤 걸 가르치는 건가요?

<기자>

일단 영어학원이라고 해서 영어만 가르치는 건 아닙니다.

교습과목에 수학이나 과학 같은 것을 등록해 놓고, 심지어 이 과목들은 한국어로 가르치기도 합니다.

또 등록하지 않는 예체능 과목도 가르치는데요, 체육 같은 경우에는 등록을 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시설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이런 시설은 갖추지 않고 가르치고 있는 겁니다.

문제는, 이런 일들이 결국 어떻게든 정식 교육기관인 유치원을 따라 하려다 보니까 생겨나는 일들입니다.

<앵커>

그럼 영어 말고 또 다른 것들을 가르치면 비용이 꽤 들겠는데요?

<기자>

네, 제가 이런 영어 유치원들이 밀집해있는 강남과 목동에 있는 영어학원들을 쭉 한번 돌아봤는데요, 수업료만 기본 100만 원이었습니다.

여기다 교재비 20만 원, 입학금 30만 원 이렇게 더하면 평균적으로 150만 원 정도를 내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 영어 학원 1년 치 비용이 대학 등록금 1년 치보다도 훨씬 비싼 고액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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