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진학담당 교사들의 말을 빌면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학생일수록 ‘자는 시간’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한다. “고3인데 다섯시간이나 자도 될까”며 고민하는 식이다. 책을 읽고 생각을 하며 문제를 푸는 시간을 늘리기 보다 줄어들지 않는 잠 시간만 걱정하다 보니 몸만 피곤해지고 실력은 잘 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여기다 부모까지 나서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잘못된 목표가 일을 망친다.

회사 일도 마찬가지다. 잘못 잡은 목표는 한정된 자원과 사원들의 정력을 ‘헛 일’에 투입하고, 나올 수 없는 성과를 재촉하는 과정에서 조직 분위기만 해치게 된다. 일 같지만 성과가 없는 ‘헛 일’을 가려 없애고 ‘진짜배기 일’을 찾아 거기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못된 목표의 예를 들어보자. 요즘 자주 접하는 기사가 있다. “벤처 기업들이 수익모델을 찾아내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유다. 인터넷업체들이 ‘돈 되는 일이 없어’ 비상이 걸린 건 이미 오래다. 수익모델을 찾아내는게 화두가 돼있는게 현실이다. 우리 벤처의 전망이나 현실에 대한 얘기는 나중으로 미루자. 오늘은 의사 결정 방식을 비교하기 위해 이 예를든다.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는 A사가 있다고 하자. 이 회사 김 사장이 전부서에 비상을 걸고 ‘수익모델’을 찾으라고 지시를 내렸다. 성과가 과연 있을까.당신이 이 회사에 근무한다면 이 지시를 받고 뭘 할 것인가.

우선 뭣부터 해야할지가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다. 수익모델 혹은 비즈니스모델이란 용어는 아주 ‘큰’ 개념이다. 사이버 공간에 쇼핑몰을 만들어 책이나 CD등을 인터넷으로 팔겠다는 것은 바로 아마존닷컴의 비즈니스모델이었다.벼룩시장에 가지 않고도 온라인으로 중고품을 서로 사고 팔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준다는 것이 e베이의 수익모델이었다. 지금은 당연해 보이지만 비즈니스 개념을 바꾼 혁명적인 사고의 소산들이다. 그러니 이런 걸 찾아내는 건 신대륙의 발견이나 창조력을 바탕으로 한 발명에 가깝다.

A사 김 사장이 전사원에게 수익모델을 찾으라고 지시하는 것은 신문사 사장이 신문기자들에게 “우리 신문사가 신문 이외에 할만한 전망 좋은 사업거리를 찾아보라”고 시키는 것이나 매 한 가지다. 그건 사장이 할 일이지 일반 직원들에게 시킬 일이 아니다. 시켜도 기획, 신규사업팀 등 특정부서의 몫이다.

A사에 순진한 박 팀장이 있다고 하자. 그는 수익모델을 찾으라는 김 사장의 잘못된 지시에 성과없는 나날을 보낼 수 밖에 없다. “그런 걸 찾아냈다면 내가 벌써 창업했지”라는 불만이 가득하지만 일단 찾아보자며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정보를 뒤적인다. 떠오르는 건 많지만 ‘모델’이라 불릴만한 걸 만들자니 고려해야할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이렇게 미결인 과제가 있기 때문에 다른 일에는 손댈 틈도 여유도 없다. 바쁘니 일하는 기분은 난다. 그러나 성과가 없다면 아무리 바빠야 ‘헛 일’일 뿐이다.

김 사장의 지시는 그래서 이렇게 수정돼야 맞다. “각 부서마다 우리 회사가 돈 벌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찾아내라”

발명이나 발견이 아니라 ‘개선’과 ‘고안’을 요구했어야 옳다는 얘기다. 말만 조금 다른 것 같지만 실제 일이 이뤄지는 과정을 보면 이는 엄청난 차이다.

거창한 수익모델을 만드는 게 아니라 ‘돈 버는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라면 박 팀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적지 않다. 사이트 페이지뷰 횟수를 늘리는 방법은 그의 전공분야일지 모른다. 여전히 텅빈 사이버 공간에 입주시킬 작은 광고주를 생각해 내는 것은 하루 정도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 비용을 들이지 않고 사이트 인지도를 높이는 이벤트도 자료 조사없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사소한’ 것들이 매출을 늘리는 방법이 아니고 무엇인가. 돈안되는 컨텐츠를 정리하고 계륵(鷄肋) 같은 내용들은 아웃소싱하는 하는 것은 바로 비용을 줄이는 노력이다. 매출을 늘리고 비용을 줄이는, 즉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이런 ‘진짜배기 일’은 건드리지 못하고 ‘수익모델을 찾아내자’는 거창한 슬로건에만 매달리니 막힐 수 밖에 없다.

실감을 더하기 위해 예를 하나 들자. 포털사이트 마다 자료를 찾아볼 수 있는 검색코너가 있다.방문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것 중의 하나인 이 곳에 ‘광고’를 유치한 회사를 찾기가 어렵다. 파이낸셜타임즈의 홈페이지(www.ft.com)에 가보라. ‘검색, UBS워버그 제공’이라는 작은 글씨로 투자은행의 장기협찬광고를 유치해놓았다.수익모델을 찾자는 큰 얘기로는 찾아낼 수 없는 작은 개선정신이 느껴질 것이다. 이런 게 진짜배기 일이다.

직장인 개개인도 하나의 회사나 마찬가지다. “수익모델을 찾자”거나 “잠 시간을 줄이자”는 식의 허황된 목표로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가 돼야 한다” “변화의 큰 물결을 타야 한다” 는 큰 얘기는 좋은 말들이지만 실행력과는 거리가 멀다. 이왕 일하려면 성과와 직결되는 진짜 일을 찾아 약게 일하자.그래야 남는 힘을 다른데 쓸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진짜배기 일을 하기 위해선 목적은 분명히 하되 목표는 작고 단순해야 한다. 곧바로 개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구체적인 것을 잡아야 한다. 그리고 환경이 격변하는 만큼 가능하면 날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긴장감도 필요하다.

필자는 각각의 일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대하는 시각을 제안한다. 건별로 전혀 다른 접근법을 필요로 하는 개별 프로젝트로 일을 보자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모든 일들이 이틀짜리 단기 프로젝트, 세 시간짜리 초단기 프로젝트, 두 달짜리 중기 프로젝트 하는 식으로 대분류될 수 있다. 자신과 회사에 주는 의미를 생각해 중요도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반드시 해야할 일들은 A급으로 놓고 하면 좋을 일들은 C급,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일들을 F급으로 분류해보자.

그리고 당신의 귀중한 업무시간들을 A급 진짜배기 일들을 상대하는데 전적으로 투자하자. B,C급 일들은 시간이 남으면 처리하고 D,F급 일들은 과감하게 잊어버리자. 당신은 일의 주인이 될 수 있고 ‘헛 일’을 가려 없애고 ‘진짜배기 일’만 골라 처리하는 당신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선택과 집중의 묘가 여기에 있다.

728x9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