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문득 깨어나 보니 유명해졌더라”(바이런)
인생에 적어도 세 번은 기회가 온다고들 한다. 좋은 말이다. 필자도 그렇게 믿고 싶다. 한번도 두번도 아니고 세번이나 기회가 온다면 그 중 한번은 뭔가 이뤄볼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그래선지 많은 사람들이 좋은 투자건이 있을 때, 창업 기회가 생겼을 때 혹은 다른 회사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았을 때 자신의 기회를 셈한다. “이건 나의 몇번째 기회인가?”
어떤 이들은 아직 기회가 한 두 번 더 있을 것이라며 굴러온 기회를 조심스럽게 흘려 보낸다. 반대로 게중에는 위험 부담이 커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이번이 세번째 기회이기 때문에 놓칠 수 없다며 무모하게 덤벼드는 이들도 적잖다. ‘세번의 기회’란 말을 믿고 행동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런데 이건 누가 한 말일까. 주장의 근거라도 있는가. 사실은 전혀 없다.
이런 주장이 가능하려면 적어도 이에 대한 연구가 있었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노인들을 모아 설문조사를 하는 것 따위 말이다. 그런 설문은 본 적이 없다. 혹 있었다고 해도 도대체 그게 가능한지 의심스럽다. 응답자 마다 생각하는 ‘기회’의 의미가 같을 수 있겠는가.
아주 성공적인 정치가에겐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당선 정도는 돼야 기회였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평생을 고향을 떠난 적 없는 농민에겐 남과 다른 특용작물 재배가 기회였을 수도 있다. 실업의 고통 속에 빠진 이에겐 숫자 하나 차이로 1등을 놓친 복권이 그에게 왔던 기회일지 모른다.그러니 인생에 세 번의 기회가 온다는 말은 근거를 찾을 수 없고 참거짓도 구별이 안되는 ‘가짜 명제’라고 밖에 할 수 없다. 판단에 참고할 가치도 없음은 물론이다.
물론 인생의 지혜들이 과학적 명제들로만 이뤄진 것이 아님을 생각하면 살아본 이들이 대부분 인정하는 ‘경험칙’이라고 봐 줄 수는 있다. 그래도 쓸모없긴 마찬가지다. 세상이 너무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가만 있어도 세번 정도는 챈스가 오는 ‘시절’이 있었고 그런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고 봐야 옳다. 어느 경우든 “기다리면 언젠가 기회는 올 것”이라는 믿음엔 근거가 없다.
바뀐 세상을 보자. 이제 적당히 나눠먹는 시장이란 없다. 선배와 고참의 나이를 배려해주는 직장도 사라져가고 있다.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Winner takes it all), 1등만이 남는 세상이 됐다. 그 1등 자리를 놓고 불철주야 싸우는 경쟁자들도 너무 많아졌다. 이 1등들에겐 평생 수십번의 기회가 올 것이고 이들이 다 차지하고 나면 평범한 이들에겐 기회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 세번이 아니라 단 한 번도.
눈만 밖으로 돌려도 돈을 벌 던 시절도 있었다. 필자가 취재 도중 만난 한 사람은 십수년전까지 매달 일본을 드나들며 인기있는 오락기만 수입해 돈을 많이 벌었다. 그에겐 일본 여행을 자주 갈 수 있는 여건 자체가 기회였다. 이후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이 급증하면서 그는 일본에서 더 이상의 기회를 찾지 못했다. 세상이 좁아지고 정보독점이 어려워지면서 평범한 이들이 잡을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줄어가고 있다.
사업 기회 뿐만이 아니다. 직장에서의 ‘성공 기회’도 마찬가지다. 직장에서의 성공은 ‘원하는’ 부서로의 인사이동이요, 때맞춘 승진이다.작은 조직일 때는 열심히 일만하면 됐다. 잘한다는 소문만 나도 이 부서,저 부서에서 데리고 갔다. 조직이 커갈 때는 자신의 영향력도 키울 겸 부하들을 ‘승진’시키는데 신경 쓰는 부서장도 많았다.
지금은 어떤가. 한마디로 모두들 제 살기에 바쁘다. 인사부서는 물론이고 선배나 상사가 자신의 경력관리를 해주기를 기대할 수 없다. 가만히 열심히 일만 하고 있어서는 원하는 부서로 옮겨가기도 어렵고 승진은 더더욱 힘들다. 잘나가는 부서, 직책에 대한 경쟁이 그만큼 심해졌기 때문이다.
당신은 혹시 인사방이 붙을 무렵 이번에는 내가 혹 승진하지 않았을까, ‘좋은’ 부서로 옮겨가지 않을까 가슴 조인 적이 있는가. 그랬다면 아마 ‘해당 없음’이었을 것이다. 왜냐. 인사는 단 한번의 심사로 결정되는 단발성 이벤트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인사는 당신이 쌓은 ‘업적 + 평가 + 당신의 의지’이기 때문이다. 실제 인사파일에 들어있지 않은 당신의 의지가 사실은 가장 중요하다. 당신의 의지를 아는 사람은 누군가. 바로 상사다. 평소 직속 상사에게 당신의 의지를 제대로 홍보하지 못했다면 당신은 기대를 않았어야 맞다.
극단적인 예 같지만 이는 실제다. 상당수 사람들이 자신이 지금 자리에서 쌓아온 공헌을 ‘누군가가’ 알아줄 것이라고 믿고, 그런 논리에서 승진의 기회가 올줄로 알고 있다.
일을 잘 하는 것과 그것을 인사로 연결시키는 것은 사실 전혀 다른 두가지 일이다.자기가 가만 있어도 때 맞춰 부서를 옮기고 승진하는 것은 부하직원에 대해서 속속들이 알고 부하의 미래를 개척해주려는 상사가 있을 때 가능하다. 그것도 속속들이 다 알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조직에서나 있는 일이다. 조직이 어느 정도 커지면 어렵다. 아이들이 많은 집에선 울지 않는 아이는 항상 뒷전이다.
‘빽’을 쓰고 로비를 하라는 얘기가 절대 아니다. 자신의 ‘직장인생 계획’을 다른 이들, 특히 직속 상사에게 제대로 홍보하라는 말이다. 그것도 인사철이 아닌 평소에 해야 한다. 나는 지금 이런 꿈을 갖고 일하고 있고 앞으로는 어떤 자리에서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당신을 대신해 남에게 설명해 줄 수 있을 정도가 돼야 이상적이다. 면담시간이 따로 있으면 좋겠지만 점심시간도 좋고 회식자리도 괜찮다. 당신의 꿈을 밝히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 남들이 알아줘야 기회가 생긴다.
알리는 것 외에 꼭 하나 더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모두에 인용한 바이런의 말처럼 어느날 아침 깨어보니 유명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방법은 바로 ‘놀라운 성취’를 이뤄내는 것이다. 회사 내에서 단 한차례라도 주목받는 인물이 될 필요가 있다. 당신이 인사에서 빠지면 이상하게 여겨길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건 정말 놀라워야 한다. 지금 정한 업무 목표의 최소 2백%는 돼야 한다. 수출 목표가 2백만달러면 4백만달러, 원가절감 목표가 10억원이면 20억원, 시장점유율 타겟이 8%면 16%로 끌어올리자. 수치목표가 없는 부서도 ‘2배 수준’의 목표상향이 가능할 것이다.
자, 이게 어려운가. 당신이 수년간 해온 분야다. 2배의 노력을 기울이면 2백%는 못되도 1백50%,1백30%는 달성할 수 있다. 이걸 목표로 노력하는 가운데 당신의 업무능력은 높아질 것이고 당신을 보는 눈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성과는 분명히 있다.
“어느날 아침 출근했더니 유명해졌더라”
그런 순간이 당신에게 와야 한다. 이것이 당신이 개척하는 기회요, 그런 기회는 평생 세번이 아니라 수십번 올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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