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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마을에 홀어머니 속만 썩이며 못된 짓만 골라하는 불효자가 있었다. 마침 마을에 새 사또가 부임해 효자를 찾아 큰 상을 내리겠다는 방을 붙였다. 기간은 한달. 이 불효자는 상이 욕심나 한달간 마치 효자처럼 어머니를 모셨다. 마침내 이 불효자가 수상자로 결정됐다. 시상식날 마을 사람들이 몰려와 그를 고발했다.

“저 녀석은 상 타려고 가짜로 효자노릇을 한 불효자입니다”
“불효자가 효자상을 받다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효자상은 취소되지 않았다. 사또의 판결은 이랬다.

“가짜 효자도 효자다”

속 마음이야 어쨋든 그 행위 자체가 가치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란 설명이었다. 부끄러워 고개를 못들던 가짜 효자는 잘못을 크게 뉘우치고 진짜 효자가 됐다는 옛날 얘기다.

문화혁명 혼란기 중국엔 이런 일도 있었다. 때는 73년6월, 주인공은 장철생이란 청년. 대학입학시험을 치르던 그는 중국어 38점, 수학은 61점밖에 못받아 합격의 꿈이 멀어지고 있는데 물리화학의 문제지를 보곤 더 캄캄해졌다. 백지답안을 내면서 뒷면에 당국자 앞으로 신세한탄의 편지를 썼다.

“마음은 초조하기 짝이 없으나 실력이 미치지 못합니다. 대학입학이라고 하는 어릴 적부터의 이상이 수포로 돌아가는 구나 생각하니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이 백지답안은 장철생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큰 사건으로 번진다. 당시는 문화혁명 와중에서 노동자 농민 군인들을 추천 선발하는 제도로 변한 대학입시를 주은래 당시 총리가 학력시험 중심으로 바꾼 직후였고 이에 대해 강청 등 4인방이 ‘학력지상주의’라며 공격하던 시절이 었다. 4인방은 이 백지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장철생의 “식견있는 답변”은 인민일보 등 4인방 영향 아래있던 주요 신문에 대서특필됐다. 그는 탈문혁 노선에 저항하는 ‘반조류’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는 대학에 입학했고 공산당에 입당했음은 물론 강청 등의 후원으로 졸지에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상무위원자리에까지 올랐다.

사람의 신세가 바뀌는 건 이렇게 ‘한 순간’일 수 있다. 불효자의 상욕심이 효자인생으로 바뀌었고, 열등생의 낙서가 출세를 불렀다. 엉뚱한 목적을 갖고 시작한 일이 남은 인생의 지남철을 돌려놓는 일이 사람끼리 사는 세상인지라 이렇게 심심찮게 일어난다.

불효자와 장철생 케이스는 한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바로 ‘저질렀다’는 점이다. 그래서 오늘의 제안은 이것이다. 언젠가 올지도 모를 이런 ‘한 순간’을 위해 가능하면 많이 저지르자. 저질러야 주위의 반응이 오고 주위의 반응에 당신과 남들이 대응할 때 또 다른 일이 벌어진다.

제일 먼저 저질러야 할 일이 바로 ‘비전 선포’다. 스스로 갖고 있는 계획을 대외적으로 공표함으로써 자신에게 평생의 숙제를 주는 일이다. 회사 생활에 승부를 걸 각오를 하고 있는 직장인에게 필요한 비전 선포는 바로 ‘사장 선언’이다.

자, 당신은 한번이라도 당신 회사의 사장이 되고 싶다고 가족이 아닌 남에게 말한 적이 있는가. 비밀이라서 말하지 않았나, 아니면 그런 비전이 없는가. 혹시 선후배 동료 가운데 당신 회사의 사장이 되겠다는 꿈을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공무원인 경우 동료들 가운데 장관이 되겠다고 선언한 사람이 옆에 있는가. 사장이 되겠다는 사람이 주위에 하나도 없는 회사 분위기가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직원들이 비전이 없으면 회사도 가망이 없고 사회, 나라도 희망이 없다.

조직의 수장이 돼 자신의 이상과 계획을 실현하고픈 욕망은 누구나 꿈꿀 수 있는 당연한 가치다. 사장이 절대 되기 싫다면 모르겠거니와 시켜주면 할 생각이라도 있다면,약속어음을 쓰듯 남들에게 선언하는게 낫다.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조용히 말해보라. “나는 꼭 이 회사의 사장이 되겠다”고, 그래서 이런 저런 일을 꼭 해보고 싶다고.

당신이 가진 자원과 능력이 빼어나다면 당신은 경계의 대상이 될 것이고, 반대로 당신이 가진 것이 보잘 것 없다면 당신은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어느 경우든 당신은 단련받는 기회를 잡는다. 경계를 받 건, 비웃음을 받건 당신은 미래 사장으로서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하게 될 것이다. 상을 타기 위해 노력한 불효자의 행동 자체는 의미있었던 것처럼 당신의 회사 생활은 차원이 달라질 것이다.

사장 선언은 리더 선언에 다름 아니다. 리더는 스타의식이 있다. 리더는 눈앞의 이익 보다는 대의명분을 중시하는 고집도 필요하다. 가까운 사람에게 피해가 가더라도 전체를 고려하는 시각도 요구된다.개인적인 고려를 넘어서는 역사적 소명의식 같은 것도 있어야 한다. 리더는 무엇보다 격이 다르다. 품격이 다른 새로운 나를 지향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달라보일 것이다.

직장인의 새 덕목 처럼 일컬어지는 ‘변화’는 점직전인 개선으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실력배양과 수양만으론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 별무소용이다. 이제는 개인전이요, 리그전이 아닌 단판 승부다. 하루 아침에 달라지는 ‘충격적인’ 조치도 그래서 때론 필요하다.

CEO를 꿈꾸는 분들이여, 그러니 당신의 야망을 숨기지 말라. 숨길려면 아예 꿈꾸지도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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