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님,
지난번 만났을 때 '기자는 기업체의 어떤 부분을 중시하는가'라고 물으셨지요? 그때는 워낙 뜻밖의 질문이라서 제대로 답변을 드리지 못했는데, 뒤늦게 '숙제'하는 심정으로 이렇게 글을 띄웁니다.
맥킨지의 컨설턴트들은 낯선 기업을 방문할 때 세 곳을 주의깊게 관찰한다고 합니다.
하나는 화장실. 모든 건물 가운데서 가장 지저분한 곳이 화장실이기 때문에, 이곳이 산뜻하게 정리돼 있으면 다른 곳은 더 이상 살펴볼 필요조차 없다는 것이지요. 다른 하나는 사원식당입니다. 사원식당이 상징하는 것은 직원들의 복지 수준으로, `인재가 곧 경쟁력'이라고 하는 기업에서는 더없이 중요한 곳입니다. 마지막은 안내 데스크. 외부에서 기업을 방문할 때 처음 접하는 곳이 바로 안내 데스크 아닙니까. 따라서 이곳 직원들의 외모와 말투, 친절도 등은 곧 그 회사의 첫인상으로 각인되게 됩니다.
그렇다면 기자들은 기업체의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여길까요. 사람마다 기준이 제각기 다르겠지만, 저는 `커뮤니케이션'을 첫째로 꼽습니다. 사내외적으로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예절이 지켜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지요.
얼마 전 저는 세계적 컨설팅 업체인 딜로이트투쉬, 국내 최대의 신용정보회사인 한국신용평가정보와 손잡고 한국의 고속성장 기업을 선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한신평정보가 기업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는 30여만개 기업 가운데, 거래소, 코스닥 기업과 외부감사를 받는 자산규모 70억원 이상의 1만79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고, 이 가운데 상위 50개사를 선정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시상식을 준비하면서 저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성장률 측면에서는 전혀 나무랄 데 없는 기업들이지만,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는 아쉬운 기업들이 적지 적지 않았던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벤처기업 D사였습니다. 이 회사는 직원이 100명 정도에 불과한데도, 회사 내부적으로 체계적인 의사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시상식을 앞두고 이 프로젝트의 추진 배경과 선정 결과 등을 알리기 위해 회사에 5~6차례 전화를 걸고 이메일을 보냈음에도, 이 회사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장과의 전화 통화가 불가능했던 것은 물론이고, 사장에게 메시지 전달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이같은 사실은 시상식장에 불쑥 나타난 그 회사 사장이 확인해 주었습니다. 조그만 회사가 이렇게 관료적이고 의사소통이 안된다는 것이 이해가 되십니까.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었습니다. N사가 대표적이지요. 이 회사는 회사 홈페이지에 사장을 포함한 전 직원의 사무실 전화번호와 휴대폰 번호를 공개하고 있었습니다. 이 회사의 사이트에 들어가 본 저희 신문 편집국 기자들은 모두가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장의 휴대폰 번호는 명함에도 기재하지 않는 것이 보통인데,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에게 전화할 수 있도록 한 발상 자체가 놀랍지 않습니까. 이렇게 하면 사방에서 걸려오는 전화로 업무가 마비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었습니다. 특별한 용무가 없는 경우에는 전화를 거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지요.
요즘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고객관계관리(CRM)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시스템을 도입하느라 난리입니다. 고객의 속성을 정확하게 파악해 영업을 펼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것이지요. 막대한 규모의 자금이 들어가도, 기업들은 이것을 응당 지불해야 할 비용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물리적 시스템보다 중요한 것은 내부 구성원들의 자세입니다. 기업 내부적으로 의사소통이 얼마나 월활하게 이뤄지고 있는가, 그리고 외부의 의견을 기업 경영에 반영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지요.
김사장님,
사장님 회사는 앞서 예로 든 유형 가운데 어느 쪽에 가깝습니까. D사쪽인가요, N사쪽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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