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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간부를 거쳐 중견기업의 오너가 된 박 사장은 젊은 시절 많은 고생을 했다. 일류고에 일류대를 나왔지만 산다는 것이 그렇게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총명하긴 했지만 이상하게 고시(考試)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몇 번의 실패 후 우연히 산에서 만난 노승에게 자신의 신세를 털어놓았다. 그러자 그 노승은 “한 번 더 떨어지면 나를 다시 찾아오게.”라고 얘기했다. 그 순간 그는 “고시와 나는 인연이 안 닿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일반 대기업에 취직한다.

대기업에서의 생활도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과도한 업무, 얼마 안 되는 봉급, 밝아보이지 않는 미래… 하지만 별 대안이 없어 주어진 일을 열심히 했다. 밑바닥부터 거치면서 기업의 구조, 프로세스, 사람 대하는 기술 등 많은 것을 배웠다. 무엇보다 기업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운영되고 어떻게 가치를 창조하는지를 몸으로 느꼈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에게 자금을 빌려 주었다가 그 친구로부터 그 기업을 인수하라는 제안을 받고 고민 끝에 기업을 인수하게 된다. 새로운 업종인만큼 현장에서 몸으로 때우지 않으면 안되었다. 별 다른 고생없이 자란 그에게 거칠고 힘든 현장은 엄청난 도전이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10년 이상을 현장에서 땀 흘리며 고생하고 노력해서 지금의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이다.

초년을 어렵게 보내고 뒤늦게 성공을 거둔 탓에 그는 늘 주변 사람들에게 조심해야 할 세 가지를 얘기한다. “초년 성공, 중년 상처, 말년 빈곤”이 그것이다. 초년에 어설픈 성공을 거두는 것 (아마 별다른 노력없이 거둔 성공을 조심하란 의미일 것이다), 중년에 가정에서 왕따 당하는 것, 말년에 돈이 없어 손주들 용돈도 못주고 자식에게 신세지는 것을 조심하라는 의미다. 세 가지 다 일리가 있지만 그 중에서 특히 초년성공을 조심하라는 그의 말이 나를 감동시켰다. 젊은 나이에 별 다른 노력없이 부모 덕에 또 여러 행운 덕에 잘 나가다 거품이 꺼지면서 망한 친구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취업을 앞 둔 사람들에게 무슨 일을 하고 싶냐고 물어보면 다들 고급스런 일을 원한다. 내가 가르치는 경영학과 4학년 학생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마케팅, 기획, 홍보,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등 듣기에도 그럴듯한 일을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생산이나 영업 관련 일을 하고 싶다는 사람을 본 적은 없다. 그렇지만 기업이 어떤 과정을 거쳐 돈을 벌고 가치를 창조하는 지를 생각해 본다면 이 대답이 얼마나 황당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기업이 가치를 내는 두 가지 축은 생산과 영업이다. 이는 지식과 서비스업종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고객 니즈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할 것이냐, 또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할 것이냐가 기업을 이끄는 중심축 인 것이다. 둘 중의 하나만 빠져도 기업은 작동하지 않는다. 그런데 아무 경험이 없는 신입사원이, 기업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전혀 감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기업을 홍보하고 마케팅 할 것인가? 또 내부 사람들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것인가가 늘 의문이다.

우리 고객이 누구고,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힘들어하고 어떤 경우에 좋아하고 어떤 경우에 실망하는지를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전략을 짜고 기획안을 만들겠는가? 따라서 향후 자신의 목표, 적성에 관련없이 스타팅포인트로 생산과 영업을 사회초년생들에게 권한다. 기업의 오너가 승계를 위해 자식을 밑바닥부터 훈련시키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젊을 때나 늙어서나 고생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나 늘 평안하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생활을 꿈꾼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는 것이 인생이다. 누구나 한 번은 고생을 해야 한다고 가정하면 언제 고생을 하는 것이 좋을까? 어차피 한 번은 고생을 해야할 운명이라면 나는 젊어서의 고생을 택할 것이다. 그래서 옛말에도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물론 생산현장에 가 있는 것, 물건을 들고 고객들을 찾아다니는 행위는 힘들고 고달프다. 하지만 그 고생이 나중의 풍요를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코스라고 생각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의도된 고생을 시도하기를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권한다.


(출처) 지식경영온라인 / 한근태 / http://www.kmonlin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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