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는 한 분은 젊은 시절 부인과 함께 달랑 수저 두 개만 가지고 도시로 나왔다고 합니다. 지난 시절 어려웠던 기억을 회상하는 얘기 중에 냄비 하나 혹은 수저 두 개는 참 자주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가장 기초적인 도구, 그것도 먹고 살아남아야만 하는 각박한 현실을 표현하다보니 그런 주방 기구가 단골 소재로 되는 것 같습니다.
이분은 그렇게 도시로 나와 처음 한 일이 물건을 지게로 날라주는 지게꾼이었답니다. 그러다 문득 어떤 제과대리점장의 눈에 띄어 배달원이 됐고요. 운전을 배워 트럭에 과자나 껌 등을 실어 나르면서 구멍가게에 납품을 하는 일을 거의 이십 년간 했답니다.
어느 정도 월급을 받고 먹고 살 정도가 되었고, 자식들도 대학생이 된 즈음, IMF가 닥쳤고, 감량경영의 일환으로 대리점을 통합하게 됐는데, 배달기사가 중복되다보니 나이가 많은 그 분은 당연히 밀려나 실직을 하게 되는 상황에까지 이릅니다.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지요.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헤매던 그 분을 그 때 만났습니다. 자신의 인생이 헛된 것 같다며 총체적인 실의에 빠져있었습니다. 대개 실직을 한 분들은 다니던 직장과 결별을 한 것뿐인데, 그 충격 때문에 자신의 인생 전체에 대한 후회와 세상에 대한 회의 등 총체적인 실의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절대 그런 게 아닌데 말이지요. 이건 다음에 기회가 되면 말씀드리지요.
아무튼 그 분은 그랬습니다. 그러나 그 분이 가지고 있던 자질이나 자산 중 가장 큰 게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20년간의 단골 고객(구멍가게 주인들)이었습니다. 도시와 근교, 변두리까지 합치면 거래처가 300군데가 넘었고, 그 동안 그 사람들과는 거래관계 이상의 끈끈한 인간관계를 쌓아왔던 터였습니다.
그건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은 대단한 시장이자 네트웍입니다. 그런 고정고객들이 형성된 곳에는 적정수준 이상의 제품력을 가진 상품을 공급할 경우 특이한 상황을 제외하곤 거의가 먹힙니다. 제품이 주는 상품력 외에 공급자와 관계된 플러스 알파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조사와 개척에 들어가는 비용이나 시간, 노력이 필요치 않다는 것은 거의 자동판매기라고 보면 되는 쉬운 영업입니다.
쉽게 말해 거의 대다수의 고객(가게 주인)이 "당신이 주는 거라면 O.K"가 되는 상황이 가능한 겁니다.
처음에는 그런 중요한 자산을 자신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공감이 가지 않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내 아이템을 잡았고, 직접 공장에 가서 자신의 경력과 가능성을 얘기하고는 총판가로 물건을 받아 도매로 납품을 하게 됐습니다. 아이들 문구류와 음료부문의 이원화된 공급을 했는데, 대다수 거래처 사람들은 오히려 그런 그를 격려하고 적극적으로 도왔다고 합니다.
3년이 지난 지금, 그는 보통 직장인의 월급에 4∼5배에 달하는 고정 월수입을 올린다고 합니다. 그러나 특이한 것은 거래처는 과거에 비해 크게 늘지 않았고, 자신의 하는 일도 이제는 거의가 공식화되어 오전에 직원 몇몇과 동시에 각 방향으로 흩어져 전날 들어온 주문대로 물건을 풀고, 오후는 거의가 논답니다. 그리고 월말이면 수금하고.
거래처를 늘리려는 별도의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더랍니다. 주문과 공급, 수금이 거의 매달 똑같이 반복되는 가운데, 별다르게 특별한 노력을 안 해도 고정수입은 생기더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돈은 많이 들어오는데, 특별히 할 게 없기도 해서 그 동안 고생한 부인과 국내로, 해외로 여기저기 놀러 다니는 게 낙이랍니다.
언뜻 보면 거저 얻은 행복인 것 같지만 면밀히 관찰해보면 그것도 아닙니다. 그가 평소에 거래처 확보를 위해 개척했던 노력만큼 관리도 잘했다는 얘깁니다.
우리 나라에서 기승을 올리고 있는 네트웍마케팅도 이런 사례에서 보면 이해하기 쉬운 변종에 가깝습니다. 인위적으로 시장이면서 사업자가 될 수 있는 네트웍을 늘려나간다는 것이 조금 다를 뿐입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가입과 이탈의 숫자가 임계치를 넘어가면 나름대로 편한 입장에서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분의 경우처럼 그런 목적(나중에 사업을 할거라는) 없이 꾸준히 맡은 일을 했고, 그런 가운데 신뢰가 쌓이고 하면서 엮어진 자연스러운 네트웍과는 차이가 납니다.
즉 평소에 잘했던 사람이 물건을 파는 것과 물건을 팔게 되면서 유난스럽게 잘하는 사람의 차이입니다. 평소에 끈끈한 유대관계를 통해 다져진 것과, 인위적으로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시키려는 노력의 차이입니다.
그러다 보니 네트웍마케팅에서는 지속적인 교육과 마인드의 주입행위를 반복합니다. 그리고 가장 큰 차이는 사람과 친해지다 보니 물건도 팔게 되는 것과 물건을 공급하기 위해 사람과 친해지는 것이 크게 다릅니다.
대개 직장생활을 하다가 독자적인 창업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자신들의 거래처였던 회사나 인맥과의 기대를 가지고 그것에 관련된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아무나 나와서 한다고 호의적으로 받아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회사라는 테두리를 벗어나는 순간 철저히 평가절하 되는 사람들도 많이 봅니다. 막연하게 '전에 우리 회사와 거래했던 사람들이니까 내가 한다고 하면 도와주겠지'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결국은 '있을 때 잘 해'입니다. 지금 직장을 때려치우고 싶은 분들이 만약 있다면 앞서 말한 그 분의 사례를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내가 지금 나간다면 지금의 거래처 사람들이 날 도와줄까?'
답이 잘 안나온다면 지금부터 잘 해보시기 바랍니다. 지금의 직장 생활이 결코 희망을 주지도 못하고 하루하루를 힘들게만 할지라도 어쩌면 회사는 자신을 위한 소중한 가능성을 키워주고 있는 고마운 장소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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